봄 쪽파와 대파 차이
햇살이 따뜻해지는 봄이 되면, 시장 곳곳에 파릇파릇한 쪽파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온 봄 쪽파는 대파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쪽파와 대파를 헷갈려하기도 합니다. 생김새가 비슷하고 향도 비슷하다 보니 그냥 크기만 다른 채소로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식재료입니다. 크기 차이를 넘어 식감, 맛, 조리법까지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쪽파는 줄기가 가늘고 부드러우며 전체적으로 푸른빛이 강합니다. 반면 대파는 하얀 부분이 길고 두툼한 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봄 쪽파는 특히 그 잎과 줄기가 연해 생으로도 무리가 없습니다. 무침이나 쌈, 과메기에 올려도 어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향이 봄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전해줍니다. 반면 대파는 향이 강하고 질감도 단단하고 질겨 생으로 즐기기에는 힘이 듭니다. 그래서 대부분 익혀 먹습니다. 볶음요리에 파기름을 낼 때 쓰거나 찌개나 국에 마지막으로 넣어 깊은 맛을 더할 때 넣습니다.
봄 쪽파와 대파는 태생부터도 다릅니다. 대파는 중국에서 전래된 품종으로 알려져 있고, 쪽파는 우리나라 토종 재래종 계열입니다. 같은 '파'지만 뿌리부터 다른 셈입니다. 그래서일까, 쪽파는 김치와 같은 전통 발효 음식에 자주 쓰입니다. 특히 봄 쪽파는 파김치를 담그기에 제격입니다. 아삭한 식감과 단맛, 은은한 향이 어우러져 익을수록 깊은 감칠맛을 냅니다. 이것은 대파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맛입니다.
시장이나 로컬푸드에서 만날 수 있는 봄 쪽파는 '흙쪽파'라고도 불립니다. 뿌리에 흙이 그대로 붙어있는 상태로 판매되기 때문에 다듬는 수고가 들긴 하지만 쪽파 향이 강하고 그만큼 싱싱합니다. 요즘처럼 면역력 관리가 중요한 시기, 제철 쪽파 한 줌을 식탁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챙길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면역력 관리가 중요한 시기, 제철 쪽파 한 줌을 식탁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챙길 수 있습니다. 쪽파에는 비타민 A, C, 칼슘,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특히 소화 기능을 도와주는 알리신 성분도 함유되어 있어 환절기 감기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대형마트에서도 쪽파를 팔지만 간혹 '알파'라 불리는 품종을 쪽파로 잘못 알고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알파는 쪽파보다 크고 질긴 편이며, 향도 다소 약합니다. 진짜 봄 쪽파를 맛보고 싶다면 재래시장이나 로컬푸드에서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손에 쥐었을 때 가볍고 잎이 얇은 연한 초록빛이 도는 파, 바로 그것이 지금 제철 봄 쪽파입니다.
봄철에만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식재료이자 오랜 전통이 담긴 식재료입니다.
흙쪽파 1분 만에 손질하는 법
요즘 마트나 시장에서 쪽파를 사려고 보면 두 가지 선택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하나는 이미 뿌리가 잘려있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깐 쪽파, 또 하는 흙이 잔뜩 묻어있는 흙쪽파입니다. 언뜻 보면 깐 쪽파가 훨씬 편리해 보입니다. 집에 와서 바로 조리에 들어갈 수 있고 손에 흙이 묻을 걱정도 없습니다. 하지만 쪽파 본연의 맛과 향, 그리고 신선도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깐 쪽파보다는 흙이 그대로 묻어 있는 흙쪽파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깐 쪽파는 손질과정에서 여러 번 씻기고 잘려 나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쪽파 특유의 향이 희미해지고 쪽파의 수분도가 낮아지기도 쉽습니다.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동안에는 깔끔하게 보여도 실제로 집에 가져와 집에 며칠만 지나면 잎 끝이 쉽게 시들거나 누렇게 변합니다. 특히 봄 쪽파처럼 연하고 수분이 많은 품종일수록 이 변화는 더 빠르게 일어납니다. 맛과 식감도 약해져 파김치나 파무침처럼 쪽파가 주재료로 사용되는 주인공이 되는 요리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에 반해 흙쪽파는 아직 살아있는 채소입니다. 뿌리에 흙이 그대로 붙어 있어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막고, 그만큼 신선한 상태로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흙쪽파는 냉장고에서 일주일 이상도 싱싱하게 유지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손질할 때 그 향이 다릅니다. 잎을 자르거나 뿌리를 다듬는 순간부터 싱그러운 파향이 코끝을 자극합니다. 손에 살짝 묻은 흙냄새마저 자연스럽게 느껴지며, 왠지 더 건강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분까지 들게 합니다.
물론 흙이 묻어 있는 채소는 손질이 번거롭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뿌리 사이에 낀 흙이나 먼지를 일일이 씻어내는 건 손이 많이 가는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방법만 알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큼직한 볼이나 대야에 쪽파를 넣고 그 위에 밀가루를 한 스푼 뿌려 살살 비벼주면 된다. 밀가루가 쪽파의 흙과 이물질을 흡착하면서 자연스럽게 제거되는데 이 방법은 손도 덜 타고 잎도 상하지 않아 매우 효율적입니다. 대략 1분 정도만 비벼준 뒤 흐르는 찬물에 헹구면 마치 누군가 대신 다듬어준 것처럼 깨끗하고 향긋한 쪽파가 완성됩니다.
요즘처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 제철 채소를 올바르게 선택하고 조금의 수고를 감수하는 태도는 식탁 위의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줍니다. 깐 쪽파가 주는 편리함도 분명히 장점이지만, 봄 쪽파의 진짜 맛과 향을 즐기고 싶다면 흙쪽파를 선택하기를 추천합니다. 손질하는 1분의 시간이 오히려 마음을 여유롭게 해 주고 식사 한 끼에 더 큰 만족을 더해줄 것입니다.
쪽파 요리 제안
손질까지 끝낸 싱싱한 봄 쪽파 이제는 맛있게 먹을 차례입니다. 대파보다 향이 은은하고 부드러운 식감 때문에 생으로 먹어도 부담이 없고 익히면 단맛이 배어듭니다. 그래서 봄 쪽파는 이맘때 꼭 챙겨 먹어야 할 제철 식재료입니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요리는 단연 쪽파 김치입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직접 만든 쪽파 김치입니다. 집에 있는 새우젓과 멸치액젓을 살짝만 넣고 찹쌀풀을 만들어 고춧가루와 섞어 양념을 만들어 무쳐 깨를 송송 뿌려주면 알싸한 파향과 살짝 단맛이 어우러져 하얀 쌀밥은 물론이고 짜장라면과 환상 호흡을 자랑합니다. 막 담은 쪽파김치도 맛있지만 하루나 이틀 실온에 두었다가 살짝 익었을 때 먹으면 파김치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입니다.
두 번째로 추천하는 쪽파 요리는 쪽파 전입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비 오는 날 자주 해 먹는 쪽파 전입니다. 부침가루나 밀가루 반죽에 바삭바삭하게 하기 위하여 튀김가루를 조금 더 가미하여 반죽을 만든 후 쪽파를 듬성듬성 잘라 노릇하게 부쳐주면 입안에서 퍼지는 향긋한 봄내음이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하는 맛입니다. 여기에 오징어나 새우 같은 해산물을 함께 넣으면 집에서도 파전집 못지않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이맘때쯤 나오는 달래장에 쪽파 전을 찍어 먹으면 봄을 온 입안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소개할 요리는 쪽파된장무침입니다. 쪽파는 살짝 익혀서 초장에 찍어먹는 쪽파숙회도 유명하지만 된장과도 잘 어울립니다. 된장에 고소한 참기름, 다진 마늘, 매실청, 들깨가루를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식욕을 한 껏 올려줍니다.
봄 쪽파는 대파로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향과 식감이 있습니다. 제철에만 누릴 수 있는 이 향긋한 맛을, 간단한 집밥 한 끼로 차려보는 것도 봄을 즐기는 자세입니다.